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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8 19:59 (일)
'집단적 새 리더십이 의료계 구원'

'집단적 새 리더십이 의료계 구원'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8.01.01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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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의협호가 나아갈 길' 신년특집 좌담회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새 의사 정체성 확립해야"

▲신년을 맞아 본보가 마련한 좌담회에서 참석자 전원은 정부와 의료계 모두 과거 의료보험이 도입되던 77년 체제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데 동감했다.

 

김주경(공보이사 사회)

■사회(김주경 공보이사)=2008년은 대한의사협회가 10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다.

하지만 최근 10여 년 동안 의료 환경은 의협과 의사 사회에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의협신문>은 신년특집 좌담회를 통해 의협 100주년의 역사적 의미를 조명해 보고, 최근의 위기 상황을 진단한 뒤 향후 의협이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여러 선생님들께서 주신 고견은 의협 회무를 이끌어 가는 데 귀중한 참고가 될 것이다. 젊은 후배 의사들을 위해 좋은 말씀 부탁드린다.

531만표 가량 압도적인 표차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당선됐다. 의협은 오늘 오전에 축하 성명을 발표했다. 의료계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 대해 잃어버린 10년으로 평가하고 있다. 먼저 이번 대선정국을 어떻게 보고 있으며, 새 대통령 당선자와 의료계에 바라는 점에 대해 한 말씀해 달라.

 

잃어버린 10년 정상화해야

권오주(대한의사협회 고문)

 ■권오주=합리적인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돼 반갑다. 의료계로 봐서는 비정상적인 의료가 1980년대부터 꾸준하게 이뤄져 왔다고 본다. 정권에 의해 잃어버린 10년을 정상화해 주기를 이 후보에게 바란다. 잃어버린 10년을 정상화 하기 위해서는 의료계 내부적으로도 탈바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건상(대한의학회장)

의료선진화 장애 요인 제거를

■김건상=의료정책이나 제도를 정상화 해야 한다는 것과 의료계 내부 갈등을 스스로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씀에 전폭적으로 동의한다. 여기에 덧붙이자면 사회적인 노령화 문제에 대해 지금의 의료정책이나 제도가 제대로 지원하고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또 하나는 지금까지 국부 창출을 이끌어 왔던 분야가 이공계에서 의학을 중심으로 한 바이오테크놀로지(BT)로 가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이명박 당선자가 경제대통령의 기치를 높이 들고 선거에 임했기 때문에 거는 기대가 굉장히 크다. 국부 창출을 위해 BT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인식하고, 정책적인 지원을 많이 해줬으면 한다.

의학분야는 의학자들의 노력을 통해 국제화를 이루고 있다. 영상의학회의 경우 최근 북미방사선의학회에서 연제발표 건수로 세계 3위에 올랐다. 이런 추세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의료선진화의 장애 요인을 과감히 제거해야 한다. 국제학회의 주류로 올라서기까지 어려움이 많은데 이러한 어려움을 정책적인 지원으로 풀어주면 간접적으로 BT 활성화는 물론 국부 창출에 기여할 것이다.

김종근(대한개원의협의회장)

의료계 단합된 모습 보일 때

■김종근=현실적으로 의료보험제도는 거의 정착 단계에 들어갔기 때문에 어느 분이 되든 없앨 수는 없는 제도다. 의료보험제도와 관련해 의사들의 큰 불만은 나름대로 국민건강을 위해 국가 정책에 호응해서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못 받았다는 데 있다. 이번 대선이 의료계의 몫을 인정해 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덧붙여서 한 말씀 한다면 의료계에서 이명박 당선자에게 이심전심으로 많은 협력을 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 당선자가 의료계의 바람을 해결해 주실 것으로 기대는 하지만 의사들이 안이하게 생각해선 안된다. 대통령이 되면 어느 한 분야에 치우쳐서 정책을 실시할 수 없고, 여러 각 직역과 분야를 골고루 보살펴야 한다. 당선자가 우리 편이 돼 주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은 안된다. 당선자가 우리에게 눈을 돌리게 하려면 단합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처럼 단합되지 못한 모습을 보이면 제대로 대접을 받을 수 없다. 이 점이 걱정된다.

김종대(대구가톨릭대 교수· 전 보건복지부 기획관리실장)

77년 체제는 세계화 흐름 역행

■김종대=이번 17대 대선은 국민 전체는 물론 의료계로서도 하나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지난 10년 동안 분배와 복지를 강조했으나 빈곤층은 9∼10% 늘었고, 중산층은 오히려 10% 이상 줄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작년 연말에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중산층은 56%에서 44%로 12% 가량 줄었으며,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는 최하위 소득계층의 건강상태는 오히려 악화됐다고 했다. 이렇기 때문에 전문기관에서나 여러 기관에서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저는 의료계에 대해 치욕의 10년이라고 평가해도 심하지 않다고 본다.

앞으로의 시대는 고령화·바이오 시대로 가고 있고, 세계화·개방화라는 흐름 속에 놓여 있다.

제조업에서 지식기반 서비스 시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국부를 창출하지 않으면 먹고 살기 어렵다고 진단하고 있다. 지식기반 서비스산업은 의료·교육·관광·금융 등인데 그중에서도 의료는 핵심 중의 핵심이다. 의료를 어떻게 창출하느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달려 있다.

그러나 지금의 의료는 1977년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30년 전 전국민 의료보험제도를 창출할 때 저수가·저보험료·국가 통제의 획일적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것으로서는 세계화 시대의 흐름에 맞출 수 없고, 지식기반 서비스 산업에 의료가 기여할 수 없으며, 국가 전체적으로나 의료계도 대단히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이것을 어떻게 찾아야 할 것인지가 의료계나 새 정부의 공동과제라고 본다.

■사회=1977년 체제를 유지하면서 의료법·의료보험이 바뀌지 않은 것이 문제라는 지적에 공감한다. 의료계는 지난 한 해 동안 의료법 전면 개정·수가계약 문제·의료분쟁조정법 제정 등이 큰 관심사였다. 이러한 문제들을 의료계와 국민의 입장에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새 정부와 의료계에 조언한다면?

제도 변화없이는 새 정부·의료계 위기

■김종대=77체제 당시엔 1인당 국민소득이 1000 달러였지만 지금은 2만 달러다. 당시 외국 출국자는 연 21만명에서 지금은 1000만명이고, 외국인 입국자도 70∼80만명에서 연 600만명씩 들어오고 있다. 평균수명은 65.8세에서 78.6세로 올라섰다.  30년 전에는 먹고 사는 문제와 병원에 못가서 길거리에서 헤매다 죽는 것이 문제였다. 어떻게 하면 조속히 전국민 의료보험체제를 만들 것인가에 모든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강요하다시피 했고, 의료계도 국익을 위한 제도라는데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획일적인 공보험체제를 도입하면서 의료법도 획일적인 공보험을 뒷받침 해야 했다. 이러한 체제는 1989년 전국민 의료보험을 하면서 옷을 한 번 갈아입어야 했고, 2000년에 또 한 번 갈아입어야 했는데 그대로인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건강보험제도·의료법에 의한 의료제도·의료분쟁조정법·심사평가 등 여러가지 있지만 그 중에서도 30년 전의 의료보험과 의료제도로는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이 없다. 국민과 나라 전체를 위해서도 의료가 해야 할 역할이 너무나 크다. 건강보험과 의료제도를 변화시키지 않고서는 신정부나 의료계 모두 어려울 것이다.

의료계로서는 정치적 투쟁도 하고, 내부 단결도 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본질과 핵심을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

정책 결정에 전문가 의견 반영해야

■김종근=1977년은 의료보험을 실시할만한 여건이 안되는 상태였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의료계가 참여를 했던 이면에는 언젠가는 국민소득이 높아지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도 기대감이 충족되지 않고 있어 불만이 나타나는 것이다.

의료사고 피해 구제법의 경우 의료공급을 자율적으로 하는 상황이라면 공급자가 책임을 져야겠지만 정부가 의료보험을 통해 공급자를 통제하는 상황에서는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의료사고 피해 구제법은 의료사고의 책임을 의사에게 전가하고 있다. 의사에게 의료사고가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도록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예상치 못한 의료사고가 많은데 전적으로 의사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나. 의료정책 결정과정에서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서 반영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국민은 달라졌는데 제도는 그대로

■김건상=77체제라는 용어에 공감한다. 나라와 국민은 다 달라졌는데 30년 전의 제도를 유지해선 곤란하다. 변화에 걸맞는 체제가 필요함에도 거기에 대한 노력이 부족했다.

의료보험제도 도입으로 의료혜택을 전국민이 균점할 수 있게 됐고,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의료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다. 인턴·레지던트 할 때 충수돌기염 수술 보증금이 없다고 돌려보내는 아픔을 겪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정부 지원으로 해결한 것이 아니고, 기득권자인 의사들의 몫을 빼내서 충당해 왔다. 한 번도 정부가 심각하게 이 부분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의사들 희생이 있었다.

또 하나는 의사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혜택이라는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당연한 권리로 생각하고 있다. 시스템은 77년에 묶여 있어서  높아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 우리 탓이 아님에도 우리 탓으로 귀착된다. 의료의 대상이 전에는 질병 치료에서 질병보다는 건강이 의료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제도가 이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 급성기 질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치료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현재는 만성질환을, 평생 가져가야 하는 질환이 중심으로 왔다. 평생 관리의학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미흡하다. 의사의 희생만으로 77년 체제를 유지하는 데 대한 깊은 반성이 있어야 하며 국민 기대 높아진 만큼 체제도 정비해야 한다. 국민의 기대가 달라진 것 만큼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정부 일방적 통계로 호도해선 안돼

■권오주=1977년 수가조정률을 100으로 한다면 작년 말 828%였고, 소비자 물가는 1977년 100에서 632%가 됐다. 정부는 수가조정률이 소비자 물가보다 더 높다고 하는데 국민 소득을 살펴본다면 1977년 100으로 할 때 2006년 4651%가 됐다. 수가조정률 8배와 국민소득 46배를 놓고보면 상대적 빈곤을 이루 말할 수 없다. 데이터를 비교할 때도 복합적으로 해야지 정부의 일방적인 분석은 문제가 있다.

과거를 되돌아 보면 의료계 스스로 시대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 왔는지 자성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 그 틀을 바꾸려고 1980년대 후반에 의료보험 대책을 연구하면서 발버둥을 쳤다. 1년 동안 한정된 머리로 상대가치·계약제·의료분쟁조정법 등을 연구했는데 바라던 대로 된 것은 거의 없고 명칭만 도입됐다. 지금 시점에서는 진지하게 과거·현재·미래를 냉정히 판단해야 한다. 의료분쟁조정법만 해도 초창기 계획할 때는 일본의 의약품피해구제기금을 샘플로 했는데, 의료사고는 사회적·국가적인 문제인데 정부는 거의 방치하다시피 했다. 그 당시 일본의 계획을 보면 모든 의학에 관계되는 재료대·약품 등 공동기금을 만들어서 병원에서 의료사고가 나면 공동기금으로 대치를 하고, 의료인의 과실이 있을 경우 구상권을 행사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의료분쟁이 발생하면 거의 의료계가 감당을 하는 것이 관례가 돼서 병원에서만 죽으면 의료기관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식이 굳어졌다. 이러한 접근방법을 근본적으로 고쳐야 한다.

■사회=김종대 교수께서는 위기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해결방안은 어떤 것이 있을 수 있는지 말씀해 달라.

건강보험 위기 해결 않고는 의료발전 난망

■김종대=의료계는 새로운 리더십을 창출해야 한다. 개인에 의한 리더십이 아니라 집단적인 새로운 리더십이 창출되지 않으면 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의 시대는 세계화·개방화 시대이고, 이명박 당선자가 내거는 실용정부는 자율·창의·효율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만 전체적인 파이가 커진다고 보고 있다. 무조건적인 분배와 평등은 지양하되 다만 자기 혼자 설 수 없는 낙오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복지적 접근을 한다는 것이다.

의료제도나 정책 등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지표가 있겠지만 의료계의 상황을 국민부담과 의료수가 문제를 포함하는 건강보험 재정이라는 하나의 지표로 살펴보고자 한다.

올해 1∼10월까지 하루 평균 건강보험료 수입은 857억원, 정부가 국고에서 대주는 돈이 하루에 113억원이고, 2002년부터 담뱃값에 붙는 건강증진기금에서 하루에 38억원이 들어온다. 여기에 이자 등을 합해 하루 평균 1022억원이 들어온다. 공휴일을 제외한 한 달을 20.7일로 놓고 보면 하루에 나가는 돈이 976억원이다. 즉 건강보험료와 국고 보조로는 감당할 수 없고, 담뱃값으로 겨우 건강보험을 유지하고 있다. 공단 내부 추정자료에 따르면 2007년 12월 말을 기준으로 3124억원의 당기수지 적자가 예상되고, 누적수지는 8674억원이 남을 것이라고 한다. 8674억원은 하루 나가는 976억원을 감안하면 불과 8.8일분이다.

그런데 실제 진료비를 청구하기 위해 의료기관은 한 달 준비기간이 있고, EDI 청구를 하면 진료비 지급은 평균 30일 가량 걸린다.

한 달 지급액이 2조 9280억이므로 두 달 분을 지급하려면 5조 9000억원이 있어야 한다. 의료계가 두 달 분만 당겨서 청구하면 돈을 못 준다.

2001년 건보재정 파탄 사태가 났을 때 공단은 34조 8795억원을 은행에서 빌렸다. 국민의 보험료 부담을 올리고, 담뱃값 올리고, 의료계를 통제해 결국 갚았지만 법정 적립금 6개월은 차치하고, 청구기간 때문에 겨우 유지하고 있다. 건강보험은 파산상태에서 길이 없는 상태로 그냥 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의 자율과 창의를 존중할 수 있을까. 정부는 통제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저는 건강보험을 파산상태로 진단한다. 이러한 상태를 놓고 수가와 부담 문제를 백날 얘기해 봐야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밖에 안된다. 이 상태로는 건강보험이 지속가능하지 않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심사기간을 조금 늘리고, 통제할 수 있는 길 밖에 없다. 과연 이 상황에서 지식기반 서비스 산업 중 중요한 의료산업을 육성해서 경제를 활성화 할 수 있을 것이며, 의료계가 대우 받도록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본질적으로 국민·의료계·복지부가 논의해야 한다. 건강보험 문제를 천착해 들어가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렵다.

■사회=정부가 건보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봉책을 펴는 것은 문제다. 다른 해결방안은 없는지?

수익자 부담 원칙 논의 필요

■김종근=김종대 교수가 지적한 문제점을 정부에 알려서 개선안을 이끌어 내려면 의사들의 리더십이 변화해야 한다. 집단적 리더십이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에 적극 찬성한다. 의협이 100주년 맞이했지만 의사의 위상이나 시각이 많이 변했다. 소를 팔아 등록금을 대던 시대에는 2년 공부 더 한 것이 자랑할 만한 요인이었으나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

의사들이 아직도 그 때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사회에서 왕따를 당할 수밖에 없다. 각 직역이 해야 할 의무와 규칙이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으면 사회에서 소외되고 만다.

정부에 개선방안을 제시했을 때 의협의단합된 힘이 뒷받침되고, 영향력이 있을 때라야 이를 존중하고, 개선하려고 할 것이다. 의료계 말고도 여러 직역이 있는 상황에서 이명박 당선자가 의료계의 요구만을 들어주기는 힘들 것이다.

결국 모자라는 재원을 마련하는 수밖에 없다. 정부에서 세금을 거둬서 의료정책에 지원하고, 수익자 부담 원칙에 의거해 국민의 부담을 늘려야 한다. 국민 부담을 늘리는 것은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정책이긴 하지만 건강보험 문제가 의사와 정부의 문제만은 아니므로 사회 각계각층을 설득하고, 대화를 통해 지혜를 짜내야 한다.

아울러 총선이 코 앞인데 의료계가 관심을 갖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회=잃어버린 10년과 더불어 의료계와 의협이 위기에 놓였다. 위기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 말씀해 달라.

의협 공익단체로서의 역할도 필요

■김건상=의협의 경우 법정단체이고 회원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단체이므로 회원들의 권익 옹호가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의료정책 변화에 대한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통해 공익성을 같이 제고해야 한다.

2000년을 기점으로 해서 의사의 권익이 심각하게 침해당하는 상황이 연달아 벌어지고 있다.  마치 의협이 의사의 권익만을 추구하는 단체로 비쳐져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고 본다. 의사 수가 많아지고 여러 직역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의협이 내부적으로 중재 역할을 충분히 잘 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의 해법은 굉장히 어려운데 그동안 집행부들의 최대 고민이 여기에 있을 것이다. 최근 회비 납부율이 저조한 것도 의협에 대한 실망감을 표현한 하나의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100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큰 뜻을 갖고 만든 의료정책연구소의 경우 정부가 의료정책을 수립함에 있어 무시하지 못하는 단단한 파트너로 거듭나자는 노력이었는데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

집단으로서의 의사가 국민과 정부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고, 의사의 권익만을 위한 단체가 아니라 국민의 보건복지에 누구보다 관심이 많은 단체로서의 역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의료계가 아직은 최상급 엘리트들이 모인 단체임은 틀림없고, 자부심을 가질 만한 구석은 남아 있다. 하지만 의사수가 매년 3300명씩 쏟아지다 보니 내부적으로 동료의식과 상호존중의 기운이 약해졌고, 황금만능주의에 영향을 받아, 수입이 되는 일이면 바람직한 일이 아니더라도 할 수 있다는 의식이 생겼다. 의사 프로페셔널리즘에 상당한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물론 시대 상황이 바뀌면서 앞으로 간직해야 할 프로페셔널리즘은 무엇이고,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정리도 안돼 있다. 경제적인 것을 우선할 것인가, 존경을 우선해야 하는가에 대한 내부의 충분한 합의가 이뤄져야 하며,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해야, 정체성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모여서 이야기 하다 보면 방향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보험재정 문제와 관련해, 개원의나 대학교수들이 부당하게 삭감당하는 것에 대해 고통받고 있다. 의학적 판단이 아닌 재정을 맞추려는 노력의 산물이라는 의구심이 있고, 억울한 점이 있다. 모 대학병원에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어려운 치료를 했는데 보호자가 최선의 치료를 요구했고, 새로운 치료법을 적용했는데 나중에 부도덕한 치료를 했다고 사회적인 이슈가 됐다.

환자가 최선의 진료를 원하는데 의사가 제도에 묶여서 해줄 수 없을 때 겪는 고통을 재정의 시각으로 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사회=100주년을 맞는 의협이 어떻게 새로운 100년을 맞을 것인지에 대해 말씀해 달라.

투쟁보다는 대화 통해 합일점 찾을 때

■권오주=정책은 투쟁만으로는 안된다. 전부 아니면 안된다는 식으로 접근했다. 투쟁으로 쟁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와 충분한 대화를 통해 합일점을 찾아내려는 슬기가 앞으로는 필요하다.

의사회 초창기에는 황무지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집단으로 사회 지도자들이 인정해 줘서 말 한마디가 권위가 있었다.

이것이 의료보험 도입 이후에 많이 변했다. 전통사회에서는 계약이라는 말이 서툴렀지만 세계화되면서 계약이라는 용어를 쓰게 됐다. 계약이라는 것은 서로 대등한 여건이 돼야 하는데 의사회가 정부와 공단을 상대해 계약하는 것은 대등한 여건과는 거리가 있다.

불리한 여건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집중적 연구해야 했음에도 자만에 빠지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의료보험 연구를 하면서 상대가치라는 제도에 접근해 보니 경제학자의 머리를 빌려야 할 정도로 복잡했다. 우리끼리 하는 것 보다 폭 넓은 여러 분야와의 유대가 필요하다. 관리의료라는 용어는 학자들은 많이 쓰지만 그것을 의료계가 알기 위해서는 몇 년이 걸린다.

의료계가 보건 의료정책의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폭넓은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보험재정이 10∼20% 늘어나는 원인이 뭔지, 보험수가 정책의 문제점을 짚어내기 위해서는 타 분야와의 폭넓은 교류가 필요하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의료의 정상화를 요구하는 단체가 돼야 한다.

정부도 문제가 있다. 비보험분야에 대해 방임하다가 보험분야로 끌어들여 혼란을 자초했다.

내부 원동력 통합해 권위 세워야

■김종대=의사는 모든 전문직종의 최상의 권위를 가지는 직종이다. 왜냐하면 국민의 생명과 관련된 직업이고, 다년간의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의료산업이 유망한 이유는 전문직 중에서도 최상위 1%가 의사를 지망하기 때문이다. 1960년대 최상위 멤버들이 공대에 갔고, 이들이 첨단 반도체 산업을 이끌었다. 앞으로 BT 시대는 의료가 이끌어 갈 것이다.

미국의학협회(AMA)는 의사가 전문가로서 최상의 권위를 누리도록 했으며, 우리도 이와 유사하다. AMA는 의사협회지를 출판해 회원들이 최신 의학지식을 갖출 수 있도록 하고, 협회를 홍보한다. 국회와 정부에 의사를 대변하며, 주정부나 연방정부의 의료보건에 관한 입법 정보를 제공하는 세 가지 큰 역할을 한다. AMA의 힘의 원천은 의사에 대한 지배력인데, 정부 규제와 관리의료가 강화되고, 개인의 자기결정권이 높아지면서 의사협회의 권위에도 변화가 오고 있다.

의협도 지난 10년간 이러한 변화와 함께 사회주의 정책의 경도된 흐름을 타면서 통제가 더 강해졌다. 거기에 이익집단의 싸움을 정부가 윤리적으로 매도했다.

이러한 외부 요인에 기술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곳이 의협인데, 새로운 집단적 리더십이 필요함에도 잘 대처하지 못했다고 본다. 정치·사회는 물론 대국민 설득을 못했기 때문에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보면서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일을 찾는게 중요하다. 의학회·개원의·전공의·대학교수 등을 엮어서 원동력을 통합하고, 결집해 나타내야 한다. 최상의 권위자들을 어떻게 엮어내느냐에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의협은 이러한 원동력을 통합하고, 현실에 대한 진단과 분석을 통해 대응방법을 제시해야만 정부와 국회에서도 인식을 달리할 것이다.

'의협'이라는 타이틀로 뭉쳐야 산다

■김종근=명분과 자존심을 지키면서 실익을 찾으면 제일 좋지만 불가능할 때는 하나를 택해야 한다. 엘리트 집단이란 인식은 속으로만 갖고 있고, 의사 이외의 분들이 참여해 얘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협 주무이사로 나갔는데 1:19로 회의해야 했다. 의사와 의사끼리도 단합이 안되고, 치과의사·한의사들도 협조가 안됐다. 왜 이 지경이 됐을까, 의사들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서툴지 않았나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회원들이 이 점을 충분히 검토해서 사회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어떻게 나가야 하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의협에서 외곽으로 나와있으면서도 여러 회의가 있을 때마다 뭉쳐서 단합된 힘을 뒷받침해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경험담을 얘기하고 있다. 그런데 의협으로 뭉치라고 하면 회원들이 의협회장 누구를 중심으로 뭉치자는 것이냐고 반문한다. 의협회장이 누구든 의협회장과 의협이라는 타이틀로 뭉쳐야 강한 힘을 갖고 국민 건강을 위한 정책을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한 가지는 우리나라 의료체제 하에서 의료보험 수가를 결정하는데 누가 영향력이 있는지, 보건정책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하는가를 잘 알아서 접근을 해야지 엉뚱한 곳으로 하면 효과가 없다.

의협 창립 100주년을 맞는 상황에서 의학수준은 세계적으로 올라섰다. 의학적 성취도 중요하지만 사회에서 응분의 대우를 받으려면 의사들도 사회생활을 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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